| 박선희: 휴…… 오늘 하루 정말 길었네요. |
| 문민규: 그러게요. 퇴근 시간이라 차가 정말 많이 막히죠? |
| 박선희: 네, 맞아요.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낸 것 같아요. |
| 문민규: 저도요. 택시 타고 왔는데, 여기서 저기까지 1시간이나 걸렸어요. |
| 박선희: 1시간이나요? 와, 정말 고생하셨어요. |
| 문민규: 서울은 원래 이렇게 차가 많나요? 저는 여기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요. |
| 박선희: 아, 새로 오셨군요. 네, 이 시간은 항상 그래요. |
| 문민규: 그렇군요. 아, 저는 문민규라고 합니다. |
| 박선희: 반가워요. 저는 박선희예요. 이 아파트 사세요? |
| 문민규: 네. 지난달에 이사 왔어요. 선희 씨도 여기 사세요? |
| 박선희: 네, 저는 작년부터 살았어요. 이웃이네요! |
| 문민규: 몇 층 가세요? |
| 박선희: 15층 눌러 주세요. |
| 문민규: 네. 저는 꼭대기 층이에요. 펜트하우스요. |
| 박선희: 우와, 펜트하우스요? 거기 전망이 진짜 좋다던데! |
| 문민규: 네, 뭐…… 야경은 예뻐요. |
| 문민규: 그런데 선희 씨는 대학생이세요? 가방이 아주 무거워 보여요. |
| 박선희: 아, 아니에요. 저 직장인이에요. 변호사예요. |
| 문민규: 변호사요? 진짜요? |
| 박선희: 네. 왜요? 안 믿기세요? |
| 문민규: 아, 죄송해요. 그냥…… 변호사님들은 좀 무섭고 딱딱할 것 같아서요. 선희 씨는 아주 밝아 보이셔서 몰랐어요. |
| 박선희: 아하, 그렇게 보이나요? 사실 일할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. 그래서 퇴근하면 일 생각은 안 하려고 노력해요. |
| 문민규: 아, 좋은 습관이네요. |
| 박선희: 꺄악! 엄마야! |
| 문민규: 어…… 멈췄네요. |
| 박선희: 뭐, 뭐죠? 왜 이러죠? 고장인가요? |
| 문민규: 그런 것 같아요. 정전일 수도 있고요. |
| 박선희: 어떡해…… 우리 갇힌 건가요? |
| 문민규: 괜찮아요. 비상벨 눌러 볼게요. |
| 박선희: 아무 소리도 안 들려요. 대답이 없는데요? |
| 문민규: 인터폰이 안 되나 봐요. 하지만 경비실에서 알았을 거예요. 곧 도와줄 겁니다. |
| 박선희: 민규 씨는 정말 침착하시네요. 저는 혼자였으면 벌써 울었을 거예요. |
| 문민규: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. 이 건물은 안전하니까요. 숨 크게 쉬세요. |
| 박선희: 후…… 네, 알겠어요. 감사합니다. |
| 박선희: 그런데 민규 씨는 무슨 일 하세요? 어떻게 이렇게 평온하세요? |
| 문민규: 저는 투자 일을 해요. 숫자 보는 일을 하죠. |
| 박선희: 아, 주식 같은 거요? |
| 문민규: 비슷해요. 가상 화폐 쪽 일을 했어요. 코인이나 블록체인 같은 거요. |
| 박선희: 아, 뉴스에서 들어봤어요. 블록체인? 그거 아주 어려운 거 아니에요? |
| 문민규: 말이 좀 어렵죠. 친구들은 '마법의 인터넷 돈'이라고 놀려요. |
| 박선희: 마법의 돈이요? 저도 사실 잘 몰라요. 그게 뭐예요? |
| 문민규: 음……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. 은행 없이 돈을 쓰는 건데요. |
| 디지털 공책을 상상해 보세요. 모두가 그 공책을 볼 수 있어요. 하지만 아무도 지울 수는 없어요. |
| 박선희: 모두가 보는데, 지울 수는 없다……? |
| 문민규: 네. 그래서 거짓말을 할 수 없죠. 그게 블록체인이에요. |
| 박선희: 아! 이제 좀 알 것 같아요. 신기하네요. |
| 문민규: 사실 저는 평창에서 왔어요. 거기서 계속 컴퓨터만 보고 살았거든요. |
| 박선희: 평창이요? 와, 거긴 겨울에 진짜 춥잖아요. |
| 문민규: 네, 너무 추웠어요. 그래서 서울로 왔죠. 이제는 컴퓨터 화면 말고 진짜 세상을 보고 싶어서요. |
| 박선희: 진짜 세상이요? |
| 문민규: 네. 건물이나 가게 같은 거요. 눈에 보이는 '진짜'에 투자하고 싶어요. |
| 문민규: 혹시 이 근처에 있는 '한강 테니스장' 아세요? 저 거기를 인수할까 생각 중이거든요. |
| 박선희: 어? 한강 테니스장이요? 저 거기 회원이에요! 주말마다 가는데요. |
| 문민규: 진짜요? 와, 세상 참 좁네요. |
| 박선희: 거기가 민규 씨 가게가 될 수도 있다니…… 정말 신기해요. |
| 문민규: 저는 운동은 잘 못해요. 그냥 만화책 보는 거 좋아하거든요. |
| 박선희: 만화책이요? 테니스장 사장님이 만화책을 좋아한다고요? |
| 문민규: 만화는 현대의 신화예요! 영웅도 나오고, 철학도 있거든요. |
| 박선희: 현대의 신화라니, 멋진 표현이네요. |
| 문민규: 선희 씨는 취미가 뭐예요? |
| 박선희: 저는 연극을 해요. 아마추어 배우거든요. |
| 문민규: 연극이요? 변호사님이 연기를 하신다고요? |
| 박선희: 네. 사실 변호사 일에도 도움이 돼요. |
| 문민규: 어떻게요? |
| 박선희: 변호사도 연기예요. 법정에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잖아요. |
| "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! 억울합니다!" |
| 이렇게 목소리랑 몸짓을 써야 하거든요. |
| 문민규: 와! 방금 진짜 배우 같았어요. 깜짝 놀랐네요. |
| 박선희: 감사합니다. 우리는 다들 가면을 쓰고 일하잖아요. 변호사 가면, 투자자 가면…… |
| 문민규: 맞아요. 사람들은 저를 보면 그냥 돈 많은 백수라고 생각해요. |
| 박선희: 저한테는 돈만 아는 변호사라고 하죠. |
| 문민규: 하지만 우리는 다르네요. 만화 보는 투자자랑, 연기하는 변호사라니. |
| 문민규: 우리는 그 틀을 깬 것 같아요. |
| 박선희: 틀을 깼다…… 그 말 참 좋네요. 우리는 우리다운 거죠. |
| 박선희: 앗! 움직여요! |
| 문민규: 다행이네요. 이제 집에 갈 수 있겠어요. |
| 박선희: 휴…… 살았다. 민규 씨 덕분에 안 무서웠어요. 정말 고마워요. |
| 문민규: 아니에요. 저도 선희 씨랑 이야기해서 즐거웠어요. |
| 박선희: 아, 여기 제 명함이에요. |
| 문민규: 오, 감사합니다. |
| 박선희: 테니스장 인수하실 때 계약서 필요하면 연락하세요. 제가 꼼꼼하게 봐 드릴게요. 동네 정보도 알려 드리고요. |
| 문민규: 오, 든든한데요? 꼭 연락드릴게요. |
| 박선희: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. 아, 그리고 테니스장 일은…… |
| 무대를 부숴버리세요! |
| 문민규: 무대를 부숴요? 아…… 파이팅하라는 뜻이죠? |
| 박선희: 네, 연극하는 사람들 인사예요. 잘 자요, 민규 씨! |
| 문민규: 네, 선희 씨도요!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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