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 마가렛: 어머, 도현 씨? 안녕하세요. |
| 도현: 아…… 네, 마가렛 씨. 안녕하세요. |
| 마가렛: 오늘 평소보다 일찍 나가시네요? 일하러 가세요? |
| 도현: 아, 아뇨. 그냥…… 뭐 좀 사러요. 편의점에 얼음이 필요해서요. |
| 마가렛: 얼음이요? 갑자기 왜요? 어디 아프세요? 얼굴이 너무 창백해요. |
| 도현: 아니에요. 그냥…… 요리하다가 살짝 긁혔어요. 별거 아니에요. |
| 마가렛: 잠깐만요. 손 좀 보여주세요. 왼손을 계속 잡고 있잖아요. |
| 도현: 진짜 괜찮아요. 그냥 밴드 붙이면 돼요. |
| 마가렛: 도현 씨, 저 간호사예요. 빨리 보여주세요. 피가 나면 감염될 수도 있어요. |
| 도현: 아…… 알겠어요. 놀라지 마세요. |
| 마가렛: 세상에! 도현 씨, 이거 화상이잖아요! 피부가 완전히 빨개요. 물집도 생겼어요! |
| 도현: 네, 좀 뜨거운 팬을 만졌어요. |
| 마가렛: 그런데…… 이 냄새는 뭐예요? 손에 뭘 바르셨어요? 된장이에요? |
| 도현: 아, 네. 할머니가 옛날에 알려주셨어요. 화상에는 된장이 최고라고요. 그래서 급하게 발랐어요. |
| 마가렛: 안 돼요! 그거 정말 위험해요. 된장은 세균이 많아서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어요. 그리고 열을 밖으로 못 나가게 해요. |
| 도현: 진짜요? 저는 도움이 될 줄 알았어요. |
| 마가렛: 당장 씻어내야 해요. 도현 씨 집으로 가요. 제가 봐 줄게요. |
| 도현: 에이, 병원도 아닌데…… 그냥 두면 낫지 않을까요? |
| 마가렛: 안 돼요. 지금 바로 가야 해요. 얼른 문 여세요. |
| 마가렛: 자, 손을 흐르는 물에 대세요. 된장을 다 씻어내야 해요. |
| 도현: 아, 따가워요! 물이 너무 차가워요. |
| 마가렛: 참으세요. 깨끗하게 씻어야 해요. 비누는 쓰지 마시고요. 그냥 물로만 하세요. |
| 도현: 이제 된장은 다 씻겨 나간 것 같아요. 그만하면 안 될까요? |
| 마가렛: 아직 아니에요. 10분에서 15분 정도 계속 물에 대고 있어야 해요. |
| 도현: 15분이요? 너무 길어요. 팔도 아프고 지루해요. |
| 마가렛: 도현 씨, 잘 들으세요. 지금 불은 꺼졌지만, 피부 안은 아직 뜨거워요. 열기가 피부 조직 안에 남아 있어요. 물이 그 열기를 가져가야 해요. 그래야 더 깊은 상처가 안 생겨요. |
| 도현: 아…… 고기 구울 때 불 꺼도 잔열로 익는 거랑 비슷한 건가요? |
| 마가렛: 네, 맞아요. 요리사처럼 생각하시네요. 그나저나 도현 씨는 예전에 남극에서 일하셨다고 했죠? |
| 도현: 네, 탐험대랑 같이 있었죠. 영하 40도에서도 일했어요. |
| 마가렛: 그렇게 거친 곳에서도 살아남으신 분이, 오늘은 부엌에서 프라이팬한테 지셨네요? |
| 도현: 아, 그게…… 창피하네요. 사실 요리 연습을 좀 하고 있었거든요. |
| 마가렛: 무슨 요리요? |
| 도현: 프랑스 요리요. 멋지게 만들어 보고 싶어서요. 그런데 창밖에 갑자기 |
| 무언가 나타났어요. |
| 마가렛: 뭐가 나타났는데요? |
| 도현: 새였어요! '호반새'라고 아세요? 서울에서는 진짜 보기 힘든 새예요. 붉은색 부리가 정말 예쁘거든요. |
| 마가렛: 그래서요? |
| 도현: 카메라를 가지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죠. 눈을 떼지 않고 손을 뻗었는데…… 카메라 대신 뜨거운 팬을 잡은 거예요. |
| 마가렛: 세상에. 새를 보다가 화상을 입다니요. 도현 씨는 정말 사진을 좋아하시나 봐요. |
| 도현: 네. 사진 찍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나거든요. 그런데 지금은 손이 너무 아파서 아무 생각도 안 나네요. |
| 마가렛: 조금만 더 참으세요. 이제 5분 지났어요. |
| 도현: 한국 병원은 너무 복잡해요. 가면 기다려야 하고, 의사 선생님도 바쁘고…… 저는 병원 가는 게 정말 싫어요. |
| 마가렛: 미국도 비슷해요. 크고 복잡하죠. 저는 그래서 교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왔어요.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배우고 싶어서요. |
| 도현: 남극에 있을 때는 병원이 없었어요. 다치면 그냥 혼자 참아야 했어요. 거기서는 생존이 제일 중요하니까, 아프다고 말하면 짐이 되거든요. |
| 마가렛: 그래서 아까도 참으려고 하셨군요. 옛날 습관 때문에요. |
| 도현: 네. "오래된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"는 말이 맞아요. 약한 모습 보이기 싫거든요. |
| 마가렛: 도현 씨, 여기는 남극이 아니에요. 그리고 지금은 재난 상황도 아니고요. 그냥 참지 않아도 돼요.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도 괜찮아요. |
| 도현: ……그렇네요. 마가렛 씨 말이 맞아요. 고마워요. |
| 마가렛: 자, 이제 물 끄고 붕대를 감아 줄게요. 거실로 가요. |
| 마가렛: 거즈 대고, 붕대 감을게요. 너무 꽉 조이지 않게 할게요. |
| 도현: 손재주가 좋으시네요. 붕대를 정말 예쁘게 감으셨어요. |
| 마가렛: 감사합니다. 사실 저 손으로 만드는 거 좋아해요. 뜨개질이나 자수 같은 거요. |
| 도현: 오, 정말요? 만든 거 좀 볼 수 있어요? |
| 마가렛: 음…… 사진은 있는데, 보여드리기 좀 부끄러워요. |
| 마가렛: 이거예요. 인터넷으로 팔고 싶은데, 사진이 너무 어둡고 흐리게 나왔어요. 실물은 색깔이 더 예쁜데…… |
| 도현: 아, 이건 조명 문제네요. 그리고 초점이 뒤에 있는 쿠션에 맞았어요. 작품이 돋보이지 않아요. |
| 마가렛: 맞아요. 저는 사진을 진짜 못 찍거든요. |
| 도현: 마가렛 씨, 좋은 생각이 났어요. 우리 '이웃 교환 프로그램' 할까요? |
| 마가렛: 교환 프로그램이요? 그게 뭐예요? |
| 도현: 마가렛 씨는 제 손을 치료해 주셨잖아요. 저는 마가렛 씨 작품 사진을 찍어 드릴게요. 제 카메라로 찍으면 훨씬 예쁘게 나올 거예요. |
| 마가렛: 정말요? 도현 씨는 전문가시잖아요! 그럼 저야 너무 좋죠. |
| 도현: 좋아요. 그럼 제 손이 조금 나으면 바로 시작해요. |
| 마가렛: 네! 대신 약속하세요. 매일 소독하고, 된장은 절대 바르지 않기! |
| 도현: 알겠습니다, 간호사 선생님. |
| 도현: 좋아요. 그 각도 완벽해요. 빛이 들어오는 게 아주 부드러워요. 자, 한 번 더 찍을게요. |
| 마가렛: 와, 도현 씨. 사진 좀 보세요. 제 뜨개질 인형이 살아있는 것 같아요! 털실 느낌이 진짜 따뜻해 보여요. |
| 도현: 자연광을 잘 써서 그래요. 그리고 배경을 단순하게 해서 인형 색깔이 더 잘 보이죠? |
| 마가렛: 진짜 마음에 들어요. 고마워요, 도현 씨. 아, 손은 좀 어때요? 붕대 잠깐 풀어볼까요? |
| 도현: 네, 봐 주세요. |
| 마가렛: 오, 아주 좋아요! 물집도 가라앉았고 감염도 없네요. 3일 만에 많이 좋아졌어요. |
| 도현: 네. 된장 안 바르길 잘했어요. 역시 할머니 말씀보다는 현대 의학이 더 낫네요. |
| 마가렛: 다행이네요. 샤워할 때 비닐봉지 쓰고 하느라 힘들지 않았어요? |
| 도현: 아, 말도 마세요. 한 손으로 머리 감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. 그래도 마가렛 씨 덕분에 금방 나았어요. |
| 마가렛: 그런데 오늘 옷을 아주 멋지게 입으셨네요? 어디 가세요? |
| 도현: 아…… 사실 오늘 저녁에 데이트가 있어요. |
| 마가렛: 오! 데이트요? 윗집 사는 그분인가요? |
| 도현: 네. 집으로 초대해서 저녁을 만들어 주기로 했어요. |
| 마가렛: 요리요? 또 불 쓰는 거예요? 손도 아직 다 안 나았는데? |
| 도현: 걱정 마세요. 이번에는 불 안 쓰는 요리예요. 냉꾹이랑 샐러드로 준비했어요. 안전하게요. |
| 마가렛: 현명한 선택이네요.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뭐죠? |
| 도현: 창밖에 새가 지나가도 절대 쳐다보지 않기! |
| 마가렛: 맞아요. 데이트 잘하세요, 도현 씨. |
| 도현: 고마워요, 마가렛 씨. 나중에 사진 보정해서 보내 드릴게요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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