| 박선희: 아, 진짜…… 왜 이러지? |
| 박선희: 분명히 지도 앱에서는 여기가 맞다고 하는데. |
| 박선희: 이상하네. 이 건물은 우체국이 아니잖아. 은행이네? |
| 박선희: 아, 어떡하지? 공연 시간 다 됐는데. |
| 박선희: 인터넷도 잘 안 되고…… 오늘 "문화의 날"인데 시작부터 왜 이래. |
| 박선희: 그냥 집에 있을걸 그랬나 봐. |
| 양유석: 후우, 후우…… 잠시만요. |
| 박선희: 네? 저요? |
| 양유석: 혹시…… 트리플 아몬드 오피스텔 사시는 분 아니세요? |
| 박선희: 어? 네, 맞는데요. 누구시죠? |
| 양유석: 아, 안녕하세요. 저 502호 사는 양유석입니다.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뵀어요. |
| 박선희: 아! 502호요? 아, 기억나요. 안녕하세요. 저는 605호 박선희예요. |
| 양유석: 네, 반갑습니다. 그런데 여기서 뭐 하세요?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셔서요. |
| 박선희: 아, 그게…… 제가 길을 좀 잃어서요. |
| 박선희: 그런데 죄송해요. 평소에는 경찰 제복 입으신 모습만 봐서, 운동복 입으시니까 못 알아봤어요. |
| 양유석: 아, 그렇죠. 오늘은 쉬는 날이라 운동하고 있었어요. |
| 양유석: 제가 경찰 학교에서 체력 훈련을 가르치거든요. 쉬는 날에도 몸을 좀 움직여야 해서요. |
| 박선희: 와, 대단하시네요. 쉬는 날에도 훈련이라니. |
| 양유석: 선희 씨는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? 정장 차림이 아니시네요. |
| 박선희: 네, 오늘은 저만의 "문화의 날"이거든요. |
| 박선희: 요즘 로펌 일이 너무 힘들어서요. 서류랑 계약서만 보다가 머리가 아파서 탈출했어요. |
| 양유석: 아, 변호사님이셨군요. 일이 많이 힘드신가 봐요. |
| 박선희: 네, 그래서 저는 연극 보는 걸 좋아해요. 아니, 사실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걸 더 좋아하고요. |
| 양유석: 연극이요? 직접 연기하시는 거예요? |
| 박선희: 네! 연기는 제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주거든요. 법원 날짜나 계약서 같은 건 잊어버리고요. |
| 양유석: 와, 멋지네요. 다른 사람이 된다라…… 저는 상상도 못 할 취미네요. |
| 박선희: 유석 씨는 취미 없으세요? 운동 말고. |
| 양유석: 저는 캠핑 좋아해요. 산속 깊은 곳에 가서 조용히 있는 거요. |
| 양유석: 도시는 너무 시끄럽잖아요.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져요. |
| 박선희: 그렇군요. 저는 시끄러운 무대를 좋아하고, 유석 씨는 조용한 산을 좋아하시네요. |
| 양유석: 그러게요. 반대네요. 그런데 어디를 찾고 계셨어요? |
| 박선희: 아, "숨은 소극장"이라는 곳인데요. 지도 앱이 계속 멈춰서요. |
| 박선희: 분명히 이 근처인데…… 지도가 제 위치를 못 잡아요. |
| 양유석: 아, 여기는 원래 그래요. |
| 양유석: 이 동네가 건물이 높고 골목이 좁아서 GPS 신호가 잘 안 잡히거든요. |
| 양유석: 그리고 그 소극장, 제가 알아요. 거기 진짜 "숨은 명소"거든요. 입구가 작아서 다들 그냥 지나쳐요. |
| 박선희: 정말요? 아는 곳이에요? |
| 양유석: 네,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. 큰길로 가면 멀어요. 지름길이 있어요. |
| 양유석: 이쪽이에요. 저기 꽃집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돼요. |
| 박선희: 어…… 이쪽이요? 좀 어두운 것 같은데…… |
| 박선희: 정말 이 길이 맞아요? |
| 양유석: 걱정 마세요. 저 경찰이잖아요. |
| 양유석: 저는 도시 지리를 외우는 게 훈련 중 하나예요. 이 골목은 안전해요. |
| 박선희: 아, 그렇네요. 경찰관이랑 같이 있으니까 안심이 되네요. |
| 박선희: 우와……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었어요? 너무 조용해요. |
| 양유석: 좋죠? 사람들이 잘 모르는 길이에요. |
| 박선희: 유석 씨 덕분에 좋은 구경 하네요. 그런데 우리 오피스텔 살기 어때요? |
| 양유석: 트리플 아몬드요? 음, 위치도 좋고 깔끔해서 저는 좋아요. 선희 씨는요? |
| 박선희: 저도 좋은데…… 가끔 아침에 너무 피곤해요. |
| 박선희: 저는 커피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거든요. |
| 양유석: 아, 맞아요! 아침마다 로비에서 커피 들고 뛰어가시는 거 봤어요. |
| 박선희: 헐, 보셨어요? 민망해라. |
| 양유석: 표정이 정말 "커피 아니면 죽음" 같으셨어요. |
| 박선희: 맞아요. 카페인이 제 연료예요. |
| 양유석: 그런데 밤에 가끔 기타 소리 들리지 않아요? |
| 박선희: 아! 그 7층 사는 뮤지션이요? |
| 양유석: 네, 맞아요. 새벽 2시에 발라드 부르시더라고요. |
| 박선희: 노래라도 잘하면 용서하겠는데, 고음이 항상 불안해요. |
| 양유석: 그러니까요. 가서 체력 훈련 좀 시켜주고 싶더라니까요. 복식 호흡부터 다시 하라고. |
| 양유석: 자, 이제 거의 다 왔어요. 잘 들으세요. |
| 양유석: 저기 작은 분수대 보이시죠? 저기서 왼쪽으로 도세요. |
| 양유석: 그리고 저기 오래된 벽돌 건물 뒤쪽으로 가시면 돼요. |
| 박선희: 분수대에서 왼쪽, 그리고 벽돌 건물 뒤…… 복잡하네요. |
| 양유석: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. 가끔은 머리를 비우는 것도 중요해요. |
| 양유석: 나중에 진짜 힘들면 말씀하세요. 제 캠핑 장비 빌려드릴게요. 산에 가서 멍하니 있으면 좋아요. |
| 박선희: 정말요? 고마워요. 생각만 해도 힐링이 되네요. |
| 박선희: 생각해보면 우리 둘 다 비슷한 일을 하네요. |
| 양유석: 어떤 점이요? |
| 박선희: 도시도 미로고, 법도 미로잖아요. 우리는 둘 다 사람들을 안내하는 전문 가이드인 셈이죠. |
| 양유석: 와…… 멋진 말이네요. 가이드라. 그러네요. |
| 양유석: 저는 몸으로 길을 찾고, 선희 씨는 법으로 길을 찾고요. |
| 양유석: 자, 도착했습니다. |
| 박선희: 여기요? 그냥 쓰레기장 옆 아니에요? |
| 양유석: 저기 초록색 작은 천막 보이세요? 저기가 입구예요. |
| 박선희: 세상에…… 진짜네요. 간판이 손바닥만 해요. |
| 박선희: 와, 혼자였으면 절대 못 찾았을 거예요. |
| 양유석: 숨은 보석이라고 했잖아요. 공연 재밌게 보세요. |
| 박선희: 정말 감사해요, 유석 씨. 덕분에 시간 맞춰 왔어요. |
| 박선희: 저기, 다음에 오피스텔에서 만나면 제가 제대로 된 커피 살게요. |
| 양유석: 오, 좋죠. 맛있는 커피 기대할게요. |
| 양유석: 그럼 저는 다시 뛰러 가볼게요. 비 오기 전에 운동 끝내야 해서요. |
| 박선희: 네! 조심해서 가세요. 나중에 봐요! |
| 양유석: 네, 공연 잘 보세요!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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