Lesson Transcript

하준: 아, 드디어 끝났네요. 오늘 진짜 길었어요.
마가렛: 그러게 말이에요. 다리가 너무 아파요. 오늘 우리 병동 정말 바빴죠?
하준: 네, 맞아요. 하루 종일 서 있었더니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요.
마가렛: 저도요. 빨리 앉고 싶어요. 하준 씨는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예요?
하준: 음…… 솔직히 말하면요? 집에 가서 침대에 눕고 싶어요. 한 20시간 정도 자고 싶어요.
마가렛: 네? 안 돼요! 하준 씨, 우리 약속 있잖아요.
하준: 약속이요? 무슨 약속이죠?
마가렛: 에이, 설마 잊으신 거예요? 오늘 금요일이잖아요! 영화 보기로 했잖아요.
하준: 아! 맞다, 영화! 미안해요, 마가렛 씨. 제가 너무 피곤해서 깜빡했어요.
마가렛: 괜찮아요. 하지만 취소는 안 돼요. 우리 둘 다 릴랙스가 필요해요.
하준: 맞아요. 병원 일은 잠시 잊고 좀 쉬어야겠어요. 좋은 생각이에요.
마가렛: 저는 서울 영화관은 잘 몰라요. 하준 씨가 좋은 곳으로 안내해 주세요. 이 근처에 괜찮은 곳 있어요?
하준: 음, 네. 바로 근처에 시설 좋은 영화관이 하나 있어요. 거기는 의자가 정말 편하거든요. 누워서 볼 수도 있어요.
마가렛: 와, 누워서요? 진짜 좋겠다! 다리가 아픈데 딱이네요.
하준: 그렇죠? 걸어서 10분 정도만 가면 돼요.
마가렛: 서울은 정말 편리하네요. 늦은 시간에도 갈 곳이 많고요.
하준: 마가렛 씨 고향은 어때요? 뉴저지라고 했죠? 거기도 이렇게 시끄러워요?
마가렛: 아니요, 제 고향은 아주 조용한 곳이에요. 밤에는 정말 깜깜해요. 그래서 가끔은 그 조용함이 그리워요.
하준: 아, 그렇군요. 그럼 쉴 때는 주로 뭐 해요?
마가렛: 저는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요. 뜨개질 같은 거요. 고향 집에는 제 작업 공간이 따로 있었거든요. 여기서는 기숙사 방이 좁아서 좀 아쉬워요.
하준: 뜨개질이요? 마가렛 씨랑 잘 어울리네요. 차분하고 섬세하시잖아요.
마가렛: 고마워요. 하준 씨는요? 쉬는 날에 뭐 하세요?
하준: 저는 산에 가요. 등산 좋아하거든요. 제 고향이 용인인데, 거기도 산이 많아요. 땀 흘리고 정상에 올라가면 스트레스가 다 풀려요.
마가렛: 와, 등산이요? 하준 씨는 활동적인 걸 좋아하시는군요.
마가렛: 아, 그런데 하준 씨 집도 이 근처죠? 그 재미있는 이름의 아파트…… 뭐였더라?
하준: 아, 그 오피스텔 이름이요?
마가렛: 음…… 더블 호두 오피스텔? 아니면 트윈 땅콩?
하준: 아니요, 트리플 아몬드 오피스텔이에요.
마가렛: 아, 맞다! 트리플 아몬드! 이름이 너무 귀여워요. 왜 하필 아몬드일까요? 그것도 세 개나?
하준: 글쎄요. 건축한 사장님이 견과류를 좋아하셨나 봐요. 친구들이 놀러 올 때마다 웃어요.
마가렛: 그래도 맛있는 이름이라서 잊어버리지는 않겠어요. 아, 저기 영화관 간판이 보이네요!
하준: 자, 도착했습니다. 어떤 영화 볼까요?
마가렛: 어디 봐요. 요즘 뭐가 인기 있어요?
하준: 오, 이거 어때요? '사랑은 주방에서'? 포스터 좀 보세요. 남자 주인공이 밀가루를 뒤집어썼어요. 너무 웃기지 않아요?
마가렛: 음…… 로맨틱 코미디요? 좀 유치해 보이는데요. 뻔한 이야기일 것 같아요.
하준: 에이, 이런 게 생각 없이 보기 딱 좋아요. 웃으면서 힐링할 수 있잖아요.
마가렛: 아니에요. 오늘은 금요일 밤이잖아요! 좀 더 자극적인 게 필요해요. 저거 봐요. '병원 지하 4층'.
하준: 네? 저거 공포 영화잖아요! 포스터만 봐도 무서운데요.
마가렛: 요즘 사람들이 다 이 영화 이야기만 해요. 진짜 무섭고 재밌대요! 우리 이거 봐요.
하준: 마가렛 씨, 우리 직업을 생각해 보세요. 매일 병원에서 일하는데, 쉬는 날까지 병원 나오는 공포 영화를 봐야 해요? 저는 심장이 벌렁거려서 못 쉬어요.
마가렛: 에이, 이건 가짜 공포잖아요. 안전한 공포! 소리 지르고 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풀린다니까요? 아드레날린이 팍팍 나와서 잠도 깰 거예요.
하준: 아, 그래도…… 여기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 좀 보세요. 아주 잘생겼잖아요. 후기도 좋아요.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래요.
마가렛: 하준 씨, 산에도 잘 올라가시면서 왜 영화를 무서워해요? 산이 더 위험하잖아요.
하준: 그거랑 이건 다르죠! 산은 제가 조심하면 되지만, 귀신은……
마가렛: 좋아요, 그럼 이렇게 해요. 하준 씨가 용기 내서 공포 영화 같이 봐주면, 제가 팝콘이랑 콜라 다 살게요. 제일 큰 사이즈로!
하준: 제일 큰 사이즈요? 버터 많이 넣어서요?
마가렛: 당연하죠. 버터 듬뿍, 원하면 오징어도 사 드릴게요.
하준: 음…… 팝콘은 못 참는데…… 알겠어요. 대신 조건이 있어요.
마가렛: 뭔데요?
하준: 오늘 밤에 집에 가서 악몽 꾸면, 마가렛 씨한테 전화할 거예요. 받아주셔야 해요.
마가렛: 알겠어요! 약속할게요. 자, 매점으로 가요!
마가렛: 와, 영화관 팝콘 값은 정말 비싸네요. 밥값보다 더 비싼 것 같아요.
하준: 그러게요. 그래도 영화관에서는 팝콘 냄새를 참을 수가 없어요.
마가렛: 주문할게요. 여기 팝콘 라지 사이즈 하나 주세요. 버터 많이 뿌려 주시고요. 콜라 두 잔이요.
하준: 아, 제 콜라에는 얼음 빼 주세요.
마가렛: 네, 하나는 얼음 빼고 주세요.
하준: 그리고 저기 땅콩버터 초콜릿도 하나 추가해 주세요. 단짠단짠으로 먹어야 하거든요.
마가렛: 하준 씨 먹을 줄 아시네요. 네, 초콜릿도 같이 주세요.
하준: 하아…… 이제 진짜 보는 거네요. 사실 조금 떨리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해요. 마치 높은 암벽 타기 전처럼 심장이 뛰네요.
마가렛: 그렇죠? 그 기분이에요! 롤러코스터 탈 때처럼요. 천천히 올라갔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그 느낌!
하준: 으…… 롤러코스터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. 상상만 해도 어지러워요.
마가렛: 어서 가요. 7관이래요.
하준: 와, 여기 의자 진짜 좋죠?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 극장은 스크린이 딱 하나였어요. 그래서 선택권이 없었죠. 그냥 틀어주는 영화를 다 같이 봤거든요.
마가렛: 정말요? 낭만적이네요. 제가 자란 곳은 큰 쇼핑몰 안에 영화관이 있었어요. 상영관이 스무 개도 넘어서 무슨 영화를 볼지 고르는 게 더 힘들었어요.
하준: 스무 개나요? 와, 역시 미국 스케일은 다르네요.
마가렛: 생각해보면 저는 평소에 뜨개질처럼 조용한 걸 좋아하는데, 영화는 시끄러운 걸 좋아하네요. 균형을 맞추는 건가 봐요.
하준: 저는 반대네요. 일터가 너무 치열하니까 쉴 때는 조용한 걸 찾았나 봐요.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새로운 시도도 필요하겠죠?
마가렛: 그럼요. 자, 시작해요.
하준: 네…… 팝콘 통 꽉 잡고 있을게요. 방패처럼요.
마가렛: 와! 진짜 대박이었어요! 마지막 반전 봤어요?
하준: 하아…… 네…… 봤어요. 저는 지금 다리가 풀렸어요. 마가렛 씨는 안 무서웠어요?
마가렛: 저는 괜찮았는데, 하준 씨가 더 재밌었어요. 아까 귀신 나왔을 때 제 팔 꽉 잡으셨잖아요. 진짜 깜짝 놀랐어요!
하준: 아, 그거요? 그거 제 팔 잡은 거 아니었어요?
마가렛: 아니거든요? 제 팔이었거든요? 멍들 뻔했어요.
하준: 아, 오해하지 마세요. 제가 간호사잖아요. 마가렛 씨 혈압을 체크한 거예요! 너무 놀라서 쓰러지실까 봐요.
마가렛: 혈압이요? 영화 보다가요? 변명이 너무 창의적인데요?
하준: 들켰나요? 그래도…… 인정할게요. 영화는 꽤 괜찮았어요. 그냥 무서운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스토리가 슬펐어요.
마가렛: 맞아요. 스토리도 좋았어요. 하준 씨가 어두운 곳을 싫어하는 줄 알았으면 억지로 보자고 안 했을 텐데, 미안해요.
하준: 아니에요. 저는 어두운 건 안 무서워해요. 어둠 속에 뭐가 있는지가 무서운 거죠.
마가렛: 네, 네. 알겠어요. 오늘 같이 봐줘서 고마워요. 다음번에는 하준 씨가 고른 로맨틱 코미디 봐요. 제가 참아볼게요.
하준: 오, 정말이죠? 약속했어요.
마가렛: 네, 동료로서의 의리로 같이 봐 드릴게요. 데이트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고요!
하준: 당연하죠. 저도 팝콘 사주는 동료가 제일 좋아요.
마가렛: 밤공기가 시원하네요. 서울 야경은 언제 봐도 예뻐요.
하준: 그렇죠? 낮에는 정신없지만 밤에는 참 예쁜 도시에요. 마가렛 씨, 나중에 시간 되면 국립 박물관도 가보세요. 거기도 아주 좋아요.
마가렛: 안 그래도 가보고 싶었어요! 혼자 가기 심심했는데.
하준: 그럼 다음 주말에 같이 가요. 근처에 맛있는 식당도 알거든요.
마가렛: 좋아요! 박물관 구경하고 점심 먹어요.
하준: 네, 좋습니다. 이제 지하철역 다 왔네요. 마가렛 씨, 집에 도착하면 꼭 문자 주세요.
마가렛: 네, 그럴게요. 하준 씨도 조심해서 가세요.
하준: 네. 아, 그리고 집에 가서 침대 밑 확인해 보세요. 아까 그 귀신이 따라갔을지도 모르니까요.
마가렛: 하지 마세요! 하준 씨 꿈에나 나오라고 할 거예요! 내일 봐요!
하준: 농담이에요! 푹 쉬어요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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